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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패시브 칼럼 11편] 열이란 무엇인가 — 현열·잠열, 전도·대류·복사로 읽는 집

2026.08.19 · 조민구 건축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

[해가패시브 칼럼 11편] 열이란 무엇인가 — 현열·잠열, 전도·대류·복사로 읽는 집 — 개념을 그린 도해

오늘은 열이 무엇이고 집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겨울에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난방을 틀지 않았는데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여름에 얼음물이 든 잔을 쥐면 손끝이 서늘하고…

오늘은 열이 무엇이고 집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겨울에 볕이 드는 창가에 앉아 있으면 난방을 틀지 않았는데도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여름에 얼음물이 든 잔을 쥐면 손끝이 서늘하고, 잔 겉면에는 물방울이 맺힙니다. 우리는 날마다 열을 느끼며 살지만, 열이 집 안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호 둘레에 밀착한 외단열재 — 함양 운림리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 창호 둘레에 밀착한 외단열재 — 함양 운림리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

쾌적한 실내를 만드는 일은 결국 열의 성질을 이해하고, 열이 집 안팎을 드나드는 길을 조절하는 일입니다. 열의 물리적 성질을 알면 집이 왜 겨울에 춥고 여름에 더운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온도계로 재는 열과 온도계에 나타나지 않는 열

온도는 물체를 이루는 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를 나타냅니다. 분자의 운동이 활발할수록 물체는 뜨거워지고 온도계의 눈금도 올라갑니다. 이처럼 피부로 느끼고 온도계로 잴 수 있는 열을 현열이라고 합니다. 온도가 같아도 질량이 크면 품고 있는 현열의 양도 큽니다. 작은 컵에 담긴 끓는 물보다 욕조에 가득 찬 따뜻한 물이 훨씬 많은 열을 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반대로 온도는 바꾸지 않고 물질의 상태를 바꾸는 데 쓰이는 열도 있습니다. 이를 잠열이라고 합니다. 얼음이 녹아 물이 되거나 물이 증발해 수증기가 될 때 많은 열이 드나듭니다. 여름에 땀이 마를 때 피부가 시원해지는 것은, 땀이 수증기로 바뀌면서 몸의 열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집을 설계할 때 실내 습도와 환기를 함께 따지는 이유도 이 잠열이 쾌적함과 에너지 사용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열이 이동하는 세 가지 길

열은 언제나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이동하는 방식은 전도, 대류, 복사의 세 가지입니다. 먼저 전도는 맞닿은 물체 사이에서 분자끼리 부딪히며 열이 전해지는 방식입니다. 금속처럼 밀도가 높은 물질은 전도가 빠르고, 공기는 분자 사이가 멀어 전도가 매우 느립니다. 겨울 패딩 점퍼가 따뜻한 것도 옷감 사이에 갇힌 공기층이 열을 잘 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류는 공기나 물 같은 유체가 직접 움직이며 열을 나르는 방식입니다. 데워진 공기는 가벼워져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무거워져 아래로 내려옵니다. 겨울에 방 안의 천장 쪽은 따뜻한데 발밑이 서늘한 것도 이 자연 대류 때문에 공기가 층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공기 대신 물로 열을 나를 수도 있습니다. 물은 같은 부피의 공기보다 약 3,000배 많은 열을 담을 수 있습니다. 같은 양의 열을 저장하거나 나르려면 공기는 물의 약 3,000배 부피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이를 이용한 난방 방식이 우리의 온돌입니다.

유리를 통과한 햇빛이 집을 데우는 원리

마지막으로 복사는 공기나 물질을 거치지 않고 전자기파의 형태로 열이 전해지는 방식입니다. 추운 날 모닥불을 쬐거나 겨울에 햇볕을 받으면 곧바로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복사열의 예입니다.

세상의 모든 물체는 열을 품고 있어 그 온도에 맞는 파장의 복사에너지를 내보냅니다. 태양처럼 수천 도에 이르는 고온의 물체는 파장이 짧은 단파 복사를 내보내고, 가구나 벽체, 사람의 몸처럼 온도가 낮은 물체는 파장이 긴 장파 복사를 내보냅니다. 이 파장의 차이가 패시브하우스 설계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인 온실효과를 만듭니다.

유리는 투명하지만 모든 파장을 똑같이 통과시키지는 않습니다. 태양의 단파 복사는 유리를 쉽게 통과해 실내로 들어옵니다. 들어온 햇빛은 바닥과 벽, 가구에 흡수되어 이들을 데우고, 데워진 바닥과 가구는 다시 장파 복사로 열을 내보냅니다. 그런데 유리는 이 장파 복사를 통과시키지 않고 실내 쪽으로 되돌리거나 흡수합니다. 이렇게 실내에 갇힌 열이 실내 온도를 올립니다.

높은 층고와 다락이 있는 거실·주방 — '부부를 위한 작은 패시브하우스' 설계안 높은 층고와 다락이 있는 거실·주방 — '부부를 위한 작은 패시브하우스' 설계안

계산으로 확인하는 집의 열 환경

이처럼 전도와 대류, 복사, 현열과 잠열은 집 안에서 쉬지 않고 함께 작용합니다. 유리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을 겨울에는 최대한 받아들이고 여름에는 차양으로 막는 것, 벽체를 통한 전도를 막기 위해 단열을 끊김 없이 잇는 것, 틈새바람(침기)으로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기밀을 확보하는 것. 이 요소들이 균형을 이룰 때 사계절 쾌적한 집이 됩니다.

한 계절의 경험이나 짐작만으로는 집의 열 환경을 설계할 수 없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감에 의존하는 대신 Energy# 같은 에너지 계산 프로그램을 씁니다. 대지의 기후 데이터와 창의 방향, 재료의 열용량까지 숫자로 넣어 계산합니다.

열이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계산하고, 그 계산대로 시공하는 것. 그것이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가 지키는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3장 「기본 원리: 열의 과학」의 3.1~3.10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