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10편] 화석연료 이후 — 재생에너지와 수소, 건축이 맞이할 에너지의 미래
오늘은 화석연료 이후의 에너지와 건축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겨울에 따뜻한 거실에서 전등을 켤 때, 그 온기와 불빛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지구가 수억 년 …
오늘은 화석연료 이후의 에너지와 건축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겨울에 따뜻한 거실에서 전등을 켤 때, 그 온기와 불빛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는 지구가 수억 년 동안 쌓아 온 화석연료를 매우 빠르게 쓰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숲의 나무가 줄어 땔감이 모자라는 에너지 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때 그리스 사람들이 찾은 해답은 큰 설비가 아니라, 해가 드는 방향으로 집을 앉히는 설계였습니다.
블로어도어를 달아 기밀 성능을 재는 모습 — 청주 오창호수마을 패시브하우스
1. 언젠가 바닥나는 화석연료, 그리고 고대 건축의 지혜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는 수억 년 전 식물이 광합성으로 모아 둔 태양 에너지가 쌓여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를 태울 때마다 지구 온난화와 대기오염이라는 대가가 따릅니다. 원자력도 방사성 폐기물과 안전 문제 때문에 완전한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이미 남향 집의 원리를 설명했습니다. 남향 집에서는 겨울에 햇빛이 처마 밑까지 들고, 여름에는 해가 지붕 위로 높이 지나가 그늘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지형과 태양의 위치를 이용해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은 2,000년도 더 전부터 알려진 원리입니다.
2. 가장 먼저 할 일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태양광, 풍력, 지열, 수소 같은 재생에너지가 미래의 대안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값비싼 재생에너지 설비부터 건물에 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일을 딸 때 손이 쉽게 닿는 아래쪽부터 따듯, 건축에서도 에너지를 다루는 순서가 있습니다. 건물의 방향과 배치, 창의 크기, 외벽의 색처럼 추가 비용 없이 에너지를 크게 줄이는 설계가 가장 먼저입니다. 그다음에 열을 놓치지 않는 단열과 기밀 시공을 더하고, 그 위에 태양광이나 지열 같은 설비를 얹어야 합니다.
3. 사람과 지구에 해를 끼치지 않는 건축
교재에 따르면 건물은 전체 에너지의 약 48%를 씁니다. 건축가 밥 버크바일은 "건물이 동물이나 사람, 지구를 병들게 한다면 그 건물은 아름답지도 않고 좋은 디자인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수소가 미래의 깨끗한 연료로 주목받지만, 수소도 재생에너지로 만들지 않으면 친환경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에너지를 새로 만들기에 앞서, 건물이 에너지를 적게 쓰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출발점입니다.
건축은 아름다운 형태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그 건물이 쓸 에너지를 정하는 일입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가 감에만 기대지 않고 데이터와 계산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Energy#으로 계절별 일사 획득과 열손실을 계산하고, 계산한 성능이 나오도록 시공합니다. 지구에 부담을 덜 주면서 오래 쾌적한 집을 짓는 것, 그것이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2장 「지속가능 설계와 에너지원」의 2.17~2.20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