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30편] 유리와 색으로 하는 차양 — SHGC와 밝은 색의 힘
여름철 한낮, 얇은 흰색 티셔츠를 입었을 때와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을 때 체감 온도가 크게 달랐던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건물도 마찬가지입니다. 창문에 쓰이는 유리의 종류나 외벽과 지붕에 칠해진 색상만 잘 선택해도 실내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대한 태양열을 획기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수평 처마나 외부 루버 같은 고정식 차양 구조물을 풍부하게 설치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과연 유리 선택과 밝은 외장재 색상만으로도 여름철 과열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까요?
유리만 잘 골라도 여름철 태양열을 차단할 수 있을까요?네, 일사열획득계수(SHGC)가 낮게 설계된 유리나 선택적 로이(Low-E) 유리를 사용하면 태양열의 상당 부분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리를 통한 열 차단은 햇빛의 뜨거운 열기뿐만 아니라 쾌적한 조망과 자연 채광까지 함께 줄여버릴 수 있다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고성능 유리는 외부 차양 구조물을 보완해 주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유리의 차양 성능을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일사열획득계수(SHGC)입니다. 0부터 1 사이의 수치로 나타내며, 0에 가까울수록 태양열을 잘 막아낸다는 뜻입니다. 과거 일반 주택에서 주로 쓰이던 색상 유리(착색 유리)나 반사 유리는 태양열을 일부 반사하거나 흡수하지만, 흡수된 열의 상당량이 결국 실내로 재방출되거나 실내를 어둡고 칙칙하게 만드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현대 패시브 건축에서 활용되는 스펙트럼 선택적 로이 유리는 가시광선은 최대한 안으로 들여보내고, 열을 발생하는 적외선 영역만 선택적으로 튕겨내어 '시원한 채광'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또한 햇빛이 유리에 도달하는 각도인 '입사각'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태양 빛이 유리 표면과 직각에 가깝게 들어올 때는 대부분의 열이 유리를 통과하지만, 빗겨 들어오는 깊은 각도에서는 유리 자체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해 버립니다. 서쪽 창문의 경우, 태양 복사에너지가 가장 강한 정오보다 태양 고도가 낮아지는 오후 4시 무렵에 실내로 들어오는 열량이 최대가 됩니다. 유리 표면의 반사 특성과 입사각의 물리적 법칙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창호를 계획하면 여름철 오후의 강렬한 서향 빛으로 인한 실내 과열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커튼이나 블라인드 같은 실내 차양만으로도 충분할까요?실내 차양은 빛을 가리거나 사생활을 보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태양열을 차단하는 냉방 효과 측면에서는 외부 차양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미 유리를 통과해 실내 안쪽으로 들어온 태양 에너지는 블라인드나 커튼에 부딪히는 순간 열로 변환되어 실내 공기를 데우기 때문입니다. 다만 실내 차양을 꼭 써야 한다면, 유리창을 향하는 뒷면을 하얀색이나 반사 재질로 처리해 열이 유리를 통해 다시 밖으로 튕겨 나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관행대로 지어지는 주택에서는 외부 차양 설치를 생략한 채 실내 커튼이나 블라인드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창문 안쪽에 달린 커튼은 태양열이 집 안으로 들어오는 문을 이미 열어준 뒤에 막아서는 것과 같습니다. 열기가 실내 공간에 이미 갇혀버렸기 때문에 에어컨을 강하게 가동해도 냉방 효율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만약 실내 블라인드나 롤스크린을 적용해야 한다면 작동 방식과 세부 디자인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일반적인 롤스크린 대신, 아래에서 위로 올려서 가리는 방식을 채택하면 시야와 하늘의 자연 광원은 확보하면서도 낮게 들어오는 태양 빛만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미세한 구멍이 뚫린 하얀색 슬랫을 가진 베네시안 블라인드 역시 조망을 가리지 않으면서도 태양열을 천장 쪽으로 반사시켜 고품질의 간접 채광을 만들어내는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지붕과 외벽의 색상이 냉방비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칠까요?네, 건물 외피의 태양열 반사율(알베도)은 실내로 유입되는 열량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하얀색 지붕은 검은색 지붕에 비해 건물 내부로 전달되는 태양열 유입을 절반 가까이 줄여주며, 밝은색 외벽 역시 어두운 외벽보다 열 전달을 크게 낮춰줍니다. 특히 여름철 냉방 부하가 큰 건물에서는 지붕과 외벽을 밝은색으로 계획하는 것만으로도 막대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건물 표면의 반사율을 나타내는 알베도(Albedo) 수치는 0부터 1까지로 표현되며, 깨끗하고 매끄러운 흰색 표면은 0.9에 달하는 높은 반사율을 자랑합니다. 즉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의 90%를 하늘로 다시 튕겨낸다는 의미입니다. 한여름 직사광선을 받는 어두운 아스팔트 지붕의 표면 온도가 70도를 넘어서는 동안, 잘 관리된 흰색 지붕은 45도 안팎을 유지합니다. 지붕 온도가 낮아지면 단열재가 감당해야 할 열적 부담이 비례해서 줄어듭니다.
시중에는 어두운 색상을 유지하면서도 태양열을 반사한다는 특수 '쿨 코팅' 자재들이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들은 어디까지나 일반 어두운 자재보다 조금 '덜 뜨거워질' 뿐, 근본적으로 태양열을 튕겨내는 흰색이나 밝은 아이보리색 마감재의 성능을 뛰어넘지는 못합니다. 건축물의 정면이나 외벽, 지붕의 색상을 향별 태양 조건에 맞게 밝은 톤으로 구성하는 것은 추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건물의 여름철 열적 성능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창호의 유리 사양부터 실내외 차양 장치, 그리고 외벽과 지붕의 색상에 이르기까지 건물을 둘러싼 모든 요소는 태양이라는 거대한 에너지원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합니다. 어느 한 가지 요소에만 의존해서는 한여름의 지독한 열기와 한겨울의 냉기를 모두 완벽하게 제어할 수 없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막연한 경험이나 외관상의 화려함에 기대어 재료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사이트의 위도와 방위, 절기별 태양 고도는 물론, 적용되는 유리의 SHGC 수치와 외장재의 반사율 데이터까지 정밀하게 집계합니다. 그리고 이를 물리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Energy#으로 정교하게 검증하여 사계절 내내 쾌적하고 에너지 소모가 최소화되는 주택을 완성합니다. 이것이 바로 해가패시브가 지켜나가는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방에 패시브하우스를 지으려는데 설계 요청이 가능한가요?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사무소가 경남 진주에 위치하지만 전국 어디서나 설계가 가능합니다. 대지의 방위와 일조 조건, 지역별 기후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전국 각지의 현장에 최적화된 패시브하우스 및 중목구조 주택을 설계해 오고 있습니다. 현장 위치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Energy# 시뮬레이션을 거쳐 사계절 쾌적한 주택을 완성합니다.
목조주택은 콘크리트 건물보다 여름에 더 덥나요?관행대로 지어진 일반 목조주택은 콘크리트에 비해 열용량이 적어 외부 열기에 실내 온도가 더 빠르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목조건축 및 중목구조 설계 경험을 갖춘 패시브하우스 전문 설계를 거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낮은 SHGC 유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외부 차양과 밝은 외장재를 결합하면 목조주택도 여름철 과열 없이 시원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외부 전동 블라인드(EVB) 설치 비용은 보통 얼마나 드나요?창호의 크기와 수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창호 개당 150만 원에서 250만 원 안팎의 비용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외부 차양은 유리창을 통과하기 전 태양열의 80% 이상을 차단하므로 실내 커튼이나 블라인드 대비 차단 성능이 4배 이상 뛰어납니다. 초기 자재비와 시공비가 추가되지만 한여름 냉방비 부담을 대폭 낮춰주므로 장기적으로 매우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이번 글은 그 가운데 9장 「차양과 밝은 색」의 9.15~9.22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