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26편] 태양열 온수와 액티브 솔라 — 물과 공기를 데우는 태양
오늘은 햇빛의 열로 물과 공기를 데우는 액티브 솔라를 알아보겠습니다. 맑은 겨울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면 차가운 실내 공기가 금방 따뜻해집니다. 햇빛은 빛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열…
오늘은 햇빛의 열로 물과 공기를 데우는 액티브 솔라를 알아보겠습니다. 맑은 겨울날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받으면 차가운 실내 공기가 금방 따뜻해집니다. 햇빛은 빛일 뿐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열을 담고 있습니다. 요즘 단독주택을 계획할 때 전기를 만드는 태양광(PV)에 관심이 많지만, 햇빛의 열을 직접 모아 물과 공기를 데우는 액티브 솔라(Active Solar)도 건물의 에너지 자립을 돕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지붕 태양광과 마당 옆 태양열 온수 설비 — 청양 용마리
1. 태양열로 물을 데우는 액티브 방식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태양열 온수 설비는 지붕이나 외벽의 집열기로 햇빛의 열을 흡수하고, 펌프로 이 열을 실내의 축열조로 보내 급탕과 난방에 쓰는 방식입니다. 창이나 벽 자체로 열을 모으는 패시브 방식과 달리, 제어 장치와 펌프로 열매체를 순환시키므로 원하는 온도의 온수를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일반 주택에서 겨울철 급탕비가 많이 나오는 것은 보일러가 화석연료나 전기만으로 찬물을 처음부터 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액티브 솔라는 햇빛의 열로 물을 미리 데워 두어 보일러의 부담을 크게 줄입니다.
가장 흔한 평판형 집열기는 검은 흡수판 위에 유리를 덮어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뒷면과 옆면에 두꺼운 단열재를 대어 열손실을 막는 구조입니다. 겨울 기온이 아주 낮은 지역에서는 진공관 집열기가 좋은 성능을 냅니다. 진공관은 보온병처럼 이중 유리관 사이를 진공으로 만들어 대류와 전도에 의한 열손실을 거의 막습니다.
진공관 집열기 — 교재 그림 8.20c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이렇게 모은 열은 열교환기를 거쳐 실내의 단열된 탱크에 저장되며, 우리 주택의 대표적인 난방 방식인 바닥난방과 연결할 때 효율이 가장 좋습니다. 바닥난방은 비교적 낮은 온도의 물로도 충분히 난방할 수 있어, 낮은 온도에서 효율이 높은 태양열 집열기와 잘 맞기 때문입니다. 한파에 배관이 어는 것을 막으려면, 펌프가 멈추면 집열기의 물이 실내 탱크로 저절로 돌아오는 드레인백(Drain-back) 방식을 쓰면 됩니다. 이 방식은 동결과 과열을 함께 막아 줍니다.
드레인백 태양열 온수 계통 — 교재 그림 8.20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2. 태양열만으로 급탕과 난방을 모두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요?
태양열로 급탕과 난방을 모두 해결하도록 설계하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습니다. 필요한 열의 상당 부분을 목표로 용량을 정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흐리고 추운 날이 이어지는 때까지 태양열만으로 버티도록 설계하면, 집열 면적과 탱크가 지나치게 커져 여름에는 열이 남아돌고 설치비도 크게 늘기 때문입니다.
태양열 설비의 용량을 정할 때는 거주 인원과 하루 급탕 사용량, 건물의 난방 부하를 계산해야 합니다. 집열기는 정남향에서 좌우 20도 이내라면 성능 차이가 거의 없고, 경사각은 급탕이 주목적인지 겨울 난방이 주목적인지에 따라 그 지역의 위도를 고려해 정합니다.
집열기의 방위와 기울기 — 교재 그림 8.22c·8.22d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모두를 태양열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알맞은 용량의 태양열 설비를 두고, 모자라는 열만 보조 보일러나 히트펌프로 채우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좋습니다. 여름에 집열기가 과열되는 일도 막고, 투자비를 되찾는 기간도 짧아집니다.
3. 환기로 들어오는 찬 공기도 햇빛으로 데울 수 있을까요?
남쪽 외벽에 작은 구멍이 촘촘히 뚫린 어두운색 금속판을 대는 타공판 집열기(Transpired Collector)를 쓰면, 바깥의 찬 공기를 실내로 들이는 동안 햇빛의 열로 미리 데울 수 있습니다. 환기가 꼭 필요한 기밀한 주택에서 바깥 공기를 들이면서 생기는 난방 손실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단열과 기밀이 부족한 일반 주택은 창틀이나 벽의 틈새로 찬 바람이 제멋대로 들어와 웃풍을 만들고 에너지를 낭비합니다. 반면 기밀한 패시브하우스는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계획적으로 들여야 합니다. 이때 남쪽 외벽의 금속 타공판이 햇빛을 받아 데워지면, 환기 팬이 구멍을 통해 바깥 공기를 빨아들이면서 공기가 미리 데워집니다.
온수 저장 탱크와 단열한 배관 — 가평 조종면 패시브하우스
타공판 집열기 — 교재 그림 8.24a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이 방식은 유리나 복잡한 배관이 필요 없고 금속 외장재 자체가 집열판 구실을 하므로 구조가 단순하고 고장이 적습니다. 교재에 따르면 밤에도 남쪽 벽으로 빠져나가는 열을 들어오는 공기가 다시 실내로 가져와 에너지를 아낍니다. 여름에는 공기를 바깥으로 돌려 보내 외벽의 열기를 식힐 수 있습니다.
계산으로 맞추는 패시브와 액티브
패시브하우스의 핵심은 단열과 기밀로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자연형(Passive) 설계입니다. 그 위에 태양열 온수나 태양광 발전 같은 액티브(Active) 설비를 더할 때, 건물은 에너지를 스스로 만들고 쓰는 집이 됩니다.
그러나 지붕에 집열판을 얹는다고 저절로 쾌적하고 경제적인 집이 되지는 않습니다. 건물의 방향과 지붕의 경사, 그림자 분석, 거주자의 생활 패턴에 맞춘 계산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태양열 급탕과 난방 설비는 패시브 설계로 부하를 먼저 줄인 뒤에 더해야 크기가 알맞아집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사계절 열의 흐름을 계산해 패시브와 액티브의 몫을 나누며, 설비의 크기까지 계산으로 정하는 일 역시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으로 여깁니다.
자주 묻는 질문
태양열 온수 시스템 설치 비용과 수명은 얼마나 되나요?
설치 비용은 집열기의 면적과 형식, 저장탱크의 용량에 따라 달라 견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정부의 주택지원사업이 태양열 설비를 세대당 20㎡까지 지원하며, 보조금 단가는 해마다 공고로 정해지므로 그해의 공고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집열기의 내구 연한은 20년 이상으로 봅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의 태양열 온수 사양도 최소 설계수명을 20년으로 두고 있습니다. 다만 열매체로 쓰는 부동액은 시간이 지나면 성질이 변하므로 주기적으로 점검해 교체해야 하고, 순환 펌프도 함께 점검합니다.
중목구조 목조주택 지붕에 태양열 집열기를 설치해도 누수 위험이 없나요?
중목구조나 목조 지붕에 집열기를 설치할 때는 하중을 고르게 나누고, 배관이 지붕을 지나는 부분의 방수와 기밀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기밀 테이프 같은 전용 자재와 방수층을 설계 단계부터 반영하면 누수나 결로 없이 쓸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8장 「태양광(PV)과 액티브 솔라」의 8.19~8.26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