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25편] 건물에 옷을 입히는 태양광 — BIPV와 PV 시스템 설계·경제성
오늘은 건물 외장재가 곧 태양광 발전판이 되는 BIPV와, 태양광 용량을 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건물의 지붕과 외벽에 하루 종일 쏟아지는 햇빛을, 벽을 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집 안의 …
오늘은 건물 외장재가 곧 태양광 발전판이 되는 BIPV와, 태양광 용량을 정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건물의 지붕과 외벽에 하루 종일 쏟아지는 햇빛을, 벽을 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집 안의 가전과 조명을 돌리는 전기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예전에는 태양광이라고 하면 지붕 위에 쇠틀을 세우고 패널을 얹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요즘은 태양광 모듈을 외장재나 창호, 차양으로 쓰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도 많이 쓰입니다.
건물 외벽이나 창에서도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요?
네,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를 쓰면 지붕뿐 아니라 외벽과 창호, 차양에서도 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마감재 구실을 하면서 건물 전체가 전기를 만드는 면이 됩니다.
기존 태양광이 지붕 위에만 놓였다면, BIPV는 디자인과 기능을 함께 갖춘 외장재입니다. 정남향 지붕이 전기를 가장 많이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교재에 따르면 동쪽과 서쪽 외벽도 최적 조건의 남향 생산량의 최대 60%까지 만들 수 있습니다. 도심의 고층 건물이나 지붕이 좁은 단독주택에서는 외벽 윗부분을 태양광 모듈로 마감해 발전에 쓸 수 있습니다.
방위별 PV 발전량과 외벽 PV — 교재 8.10·8.17절과 그림 8.10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창호나 차양과 결합한 제품도 많아졌습니다. 유리 사이에 태양전지를 간격을 두고 배치하거나 반투명 소재를 쓰면 실내에 자연광을 들이면서 전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외부 차양에 태양광 패널을 쓰면 여름의 강한 햇빛을 막아 냉방 부하를 줄이면서 전기도 만듭니다.
창과 차양의 PV — 교재 그림 8.11a·8.12a와 8.11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태양광 셀은 온도가 많이 오르면 발전 효율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패널 뒷면에 바람이 통하는 공기층을 두어 열을 식혀야 합니다. 일반 주택에서는 이 뒷면 환기를 빠뜨려 효율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잘 계획한 건물에서는 겨울에 이 공기층에서 데워진 공기를 난방에 보태 쓰기도 합니다.
태양광 패널은 많이 올릴수록 좋을까요?
많이 올리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건물이 실제로 쓰는 에너지와 절감 계획에 맞춰 알맞은 용량을 정해야 합니다. 전기를 만들기 전에 패시브 설계로 쓰는 양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경제적입니다.
친환경 설계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1단계는 단열과 기밀, 자연채광으로 건물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최소로 줄이는 것입니다. 2단계는 태양광이나 태양열 같은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마련하는 것이고, 3단계는 그래도 모자라는 적은 양을 전력망에서 가져오는 것입니다. 1단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태양광 패널만 늘리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에너지의 쓰임새도 따져야 합니다. 전기는 조명과 가전, 냉방, 정밀 기기를 움직이는 질 좋은 에너지입니다. 이 전기로 단순히 물을 데우거나 난방을 하는 것은 열역학적으로 낭비입니다. 온수나 난방이 목적이라면 태양광(PV)보다 햇빛의 열을 직접 모으는 태양열 집열기나, 창과 축열벽을 이용하는 자연형 태양열(Passive Solar)이 훨씬 경제적입니다. 지붕 면적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전기가 필요한 곳에는 태양광을, 온수가 필요한 곳에는 태양열이나 패시브 요소를 알맞게 나누어 계획해야 합니다.
쓰임에 맞는 태양 에너지 — 교재 그림 8.18a·8.18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우리 집에 맞는 태양광 용량은 어떻게 계산할까요?
하루 전력 사용량에 손실을 감안해 보정한 값을 그 지역의 겨울철 일조시간으로 나누어 필요한 용량을 계산합니다. 이렇게 하면 지나친 설비 투자를 피하고 겨울에 전기가 모자라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습니다.
태양광 용량을 정할 때 기준은 햇빛이 가장 적은 때입니다. 교재는 해가 가장 짧은 12월의 일조시간(Sun-hours)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먼저 집에서 쓰는 가전제품의 하루 전력 사용량(Wh/day)을 구한 뒤, 인버터와 배선에서 생기는 손실을 감안해 1.5를 곱한 보정 사용량을 구합니다.
이 보정값을 그 지역의 겨울철 하루 평균 일조시간으로 나누면 필요한 최대 출력(Wp)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하루 3,000 Wh를 쓰는 집이라면 손실을 감안한 4,500 Wh를, 겨울철 일조시간이 2시간인 지역이라면 2로 나누어 약 2,250 Wp의 패널이 필요합니다. 이 값을 쓰려는 모듈의 단위면적당 출력으로 나누면 지붕에 필요한 면적이 나옵니다.
PV 용량 정하기 — 교재 8.15절과 그림 8.15a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설계할 때 놓치면 안 되는 것이 나뭇가지나 이웃 건물이 만드는 부분 그늘입니다. 태양광 모듈은 직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일부만 그늘에 가려도 연결된 전체의 발전량이 크게 떨어집니다. 예전 크리스마스트리 전구 하나가 나가면 줄 전체가 꺼지던 것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지붕의 경사를 위도에 맞추는 것 못지않게, 사계절의 그림자를 미리 예측하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부분 그늘과 PV 배치 — 교재 8.17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주택에 태양 에너지를 들이는 일은 장비를 지붕에 올리는 기술적인 작업만이 아닙니다. 건물의 방향, 지붕의 경사, 외벽의 재료, 실내 전력 수요, 계절별 태양 고도가 하나로 맞물려야 하는 설계입니다. 계산 없이 짐작으로 설치한 태양광은 여름에는 과열로 효율이 떨어지고 겨울에는 그늘에 가려 제 몫을 못 하기 쉽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설계 초기부터 Energy# 등의 프로그램으로 대지의 그늘과 계절별 일사 획득량, 태양광의 발전량을 계산합니다. 계산과 시공이 맞아떨어질 때 건물은 1년 내내 쾌적하면서 깨끗한 에너지를 스스로 만드는 패시브하우스가 됩니다. 그것이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가 집을 짓는 기준,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목조주택이나 중목구조 지붕에도 BIPV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가요?
네, 목조주택과 중목구조 건물에도 BIPV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목조건축에 태양광 모듈을 쓸 때는 하중을 고르게 나누고, 방수층을 보호하고, 모듈 아래로 공기가 흐르는 통로를 확보해야 합니다. 일반 주택에서 흔한 지붕 누수나 모듈 과열은 외피를 끊김 없이 설계해 미리 막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8장 「태양광(PV)과 액티브 솔라」의 8.9~8.18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