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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패시브 칼럼 20편] 일사 획득과 태양 분석 — 헬리오돈·해시계로 검증하는 햇빛

2026.09.09 · 조민구 건축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

[해가패시브 칼럼 20편] 일사 획득과 태양 분석 — 헬리오돈·해시계로 검증하는 햇빛 — 개념을 그린 도해

오늘은 건물이 받는 햇빛을 분석하고 모형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름에 천창이나 동쪽·서쪽 창 주변은 에어컨을 틀어도 유난히 덥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남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만으…

오늘은 건물이 받는 햇빛을 분석하고 모형으로 확인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름에 천창이나 동쪽·서쪽 창 주변은 에어컨을 틀어도 유난히 덥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남쪽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만으로도 거실 바닥이 따뜻해집니다. 햇빛의 양이 계절과 날씨로만 정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비추는 각도와 건물의 방향, 창의 위치가 함께 만드는 결과입니다.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함께 본 배치 — 용인 중정형 벽돌집 설계안 주변 건물과의 관계를 함께 본 배치 — 용인 중정형 벽돌집 설계안

겨울 햇빛은 집 안 깊이 들이고 여름 더위는 피하는 집을 지으려면, 도면을 그리기 전에 태양의 궤적과 그에 따른 열의 흐름을 분석해야 합니다.

천창이나 동서향 창은 왜 여름에 더울까요?

해가 높이 뜨는 여름에는 남향 벽보다 지붕과 천창, 동쪽과 서쪽 벽으로 훨씬 많은 햇빛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여름 해는 남쪽 하늘 높이 지나가므로 남향 창은 처마나 차양으로 쉽게 가릴 수 있지만, 동쪽과 서쪽에서는 해가 낮은 각도로 깊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겨울에 햇빛을 모으고 여름 더위를 막으려면 방향마다 창을 다르게 계획해야 합니다.

일반 주택에서 흔한 실수가 전망을 위해 천창과 큰 동서향 창을 많이 내는 것입니다. 위도 36도 안팎인 우리나라에서 6월 하순의 태양은 머리 위 가까이까지 올라갑니다. 교재에 따르면 하지에 수평으로 놓인 천창은 남향 창보다 약 4배 많은 햇빛을 받습니다. 반대로 겨울에는 해가 낮아 천창으로 들어오는 열이 크게 줄어듭니다. 열이 필요한 겨울에는 열을 얻지 못하고, 열을 막아야 하는 여름에는 실내를 덥히는 창이 되기 쉽습니다.

동쪽과 서쪽 창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름에 동쪽 창은 아침 일찍부터 실내를 데우고, 서쪽 창은 가장 더운 오후에 강한 햇빛을 들여 실내 온도를 크게 올립니다. 겨울에 동서향 창이 얻는 햇빛은 적은 반면, 여름에 들어오는 열은 남향 창보다 훨씬 많습니다. 모든 외벽에 비슷한 크기의 창을 내면 여름에는 냉방비 부담이 크고 겨울에는 추운 집이 됩니다.

컴퓨터 시대에도 축척 모형과 헬리오돈이 쓸모 있는 이유

건물에 떨어지는 햇빛과 그림자의 변화는 화면 속 그림만으로는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태양의 위치를 재현하는 장치인 헬리오돈(Heliodon)이나 해시계를 축척 모형과 함께 쓰면, 계절과 시각별로 햇빛이 어디까지 들어오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설계 단계에서 과열이나 채광 부족이 생길 곳을 미리 가려낼 수 있습니다.

3D 프로그램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축척 모형으로 그림자를 확인하는 방법은 쓸모가 있습니다. 헬리오돈은 위도와 계절, 시각을 맞추어 인공 태양이 모형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보여 주는 장치입니다. 모형을 헬리오돈 위에 올리거나 해시계를 붙여 햇빛 아래에서 기울여 보면, 처마의 길이, 이웃 건물의 그림자, 창을 통해 거실 깊이 들어오는 햇빛의 거리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형으로 하는 태양 분석은 복잡한 공간의 관계를 가장 알기 쉽게 보여 줍니다. 주변 지형과 이웃 건물이 만드는 그림자까지 함께 보고 대지를 평가해야, 겨울 햇빛을 확보할 수 있는 '태양의 창(Solar Window)'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에너지를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무엇일까요?

값비싼 설비나 태양광 패널을 달기 전에, 건물의 배치와 창의 위치·크기를 바로잡는 것이 가장 비용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교재는 창을 잘 설계하는 것만으로 에너지 소비를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것부터 차례로 하는 것이 설계 전략의 핵심입니다.

자연 에너지를 활용하는 패시브하우스 설계에도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비용이 들지 않는 건물의 방향과 배치입니다. 대지 조건이 허락하는 한 건물을 동서로 길게 배치해 남향 면을 넓히는 것만으로도 추가 비용 없이 냉난방비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넓은 창과 테라스를 둔 단층 주택 — 김천 용암리 패시브하우스 계획안 넓은 창과 테라스를 둔 단층 주택 — 김천 용암리 패시브하우스 계획안

그다음은 창의 배치와 크기입니다. 열손실이 많은 북향 창과 여름 과열을 일으키는 동서향 창은 되도록 작게 하고, 겨울 햇빛을 모으는 남향 창을 크게 계획합니다. 동서쪽 창은 세로로 긴 형태보다 가로로 넓은 형태일 때 외부 차양으로 햇빛을 막기 쉽습니다. 이어서 외부 차양으로 햇빛을 막고, 겨울 햇빛의 열을 저장하는 패시브 태양열 난방, 자연 채광과 통풍을 차례로 계획합니다.

지붕의 태양광 발전(PV)이나 값비싼 설비는 이런 건축적 기본이 갖춰진 뒤에 고려할 마지막 단계입니다. 집의 형태와 창 계획으로 열을 다루지 못한 채 설비에만 기대는 집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계산으로 확인하는 햇빛

태양은 매일 뜨고 지지만, 계절마다 고도와 방위각이 달라집니다. 무작정 남향에 창을 크게 내거나 개방감을 위해 동서로 창을 많이 내면, 겨울의 온기 대신 여름의 과열을 얻기 쉽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감이나 경험만으로 창의 위치와 크기를 정하지 않습니다. 대지의 위도와 주변 지형, 태양 궤적을 분석하고, Energy# 같은 에너지 계산 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 들어오는 일사 획득량과 열손실을 숫자로 확인합니다.

여름에는 깊은 처마와 외부 차양이 햇빛을 막고, 겨울에는 남쪽 창으로 들어온 햇빛이 집 안을 데우도록 하는 것. 계산하고 그대로 지은 집이 오래도록 쾌적합니다. 그것이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가 지키는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대지가 남향이 아니어도 패시브하우스 설계가 가능한가요?

네, 대지의 방위가 정남향이 아니어도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건물의 배치를 되도록 남쪽에 가깝게 돌리고, 창의 크기와 위치를 조정해 겨울철 햇빛을 확보합니다. 목조건축과 중목구조는 공간 구성이 자유로운 편이어서 이런 조정에 유리합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사무소가 있는 경남 진주뿐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그 지역의 태양 궤적에 맞추어 일사 분석과 에너지 계산을 거쳐 설계합니다.

여름철 태양열을 차단하기 위한 처마의 적정 길이는 얼마인가요?

남쪽 창의 처마 깊이는 정오의 태양 고도로 계산합니다. 서울(북위 37.5도)의 정오 태양 고도는 하지에 약 76도, 8월 중순에 약 66도, 동지에 약 29도입니다. 처마가 창 바로 위에서 나올 때, 하지 정오에 창 전체를 가리는 깊이는 창 높이의 약 0.25배이고 8월 중순까지 가리는 깊이는 약 0.44배입니다. 겨울에는 해가 낮아 같은 처마 아래로 햇빛이 실내 깊이 들어옵니다. 동쪽과 서쪽 창은 해가 낮게 들어와 처마로는 가려지지 않으므로 다른 차양이 필요합니다.

중목구조 목조주택은 남향에 큰 창을 내도 구조와 단열에 문제가 없나요?

구조 계산을 거친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는 남향에 큰 창을 내더라도 구조 안전성과 단열 성능을 함께 확보할 수 있습니다. 중목구조는 단면이 큰 부재로 하중을 받으므로 창을 넓게 계획하기에 유리합니다. 여기에 열관류율 0.80 W/(㎡·K) 이하의 패시브하우스 인증 3중 유리 창호를 쓰면, 일반 주택에서 생기기 쉬운 결로 걱정 없이 큰 창이 겨울 햇빛을 받아들이는 통로가 됩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큰 창에서도 열손실이 적은 공간을 만듭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6장 「태양 기하학」의 6.15~6.20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