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19편] 태양의 길을 그리다 — 태양궤적도와 그림자(일영) 읽기
오늘은 태양이 하늘에 그리는 길을 도면에 옮기는 방법, 곧 태양궤적도와 그림자를 읽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계절마다 낮의 길이가 달라지고, 햇빛이 실내 깊이 들어오기도 하고 마당에만 머물기도 …
오늘은 태양이 하늘에 그리는 길을 도면에 옮기는 방법, 곧 태양궤적도와 그림자를 읽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계절마다 낮의 길이가 달라지고, 햇빛이 실내 깊이 들어오기도 하고 마당에만 머물기도 합니다. 건축에서 태양은 집의 온도와 에너지 사용을 좌우하는 가장 큰 자연 에너지입니다. 겨울에는 햇빛을 집 안 깊이 받아들여 난방 부담을 줄이고, 여름에는 햇볕을 밖에서 막아 실내를 시원하게 하는 것이 패시브하우스 설계의 시작입니다. 그러려면 태양의 길을 도면 위에 그리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늘에서 본 집과 마당 — 아산 종곡리 중목구조 패시브하우스
1. 하늘에 있는 태양의 위치는 어떻게 나타낼까요?
태양의 위치는 방위각과 고도각, 두 각도로 나타냅니다. 방위각은 정남쪽에서 태양이 동쪽이나 서쪽으로 얼마나 돌아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평 각도이고, 고도각은 지평선에서 태양이 얼마나 높이 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직 각도입니다.
하늘은 투명한 반구, 곧 천구처럼 보입니다. 태양은 매일 이 반구를 따라 동쪽에서 떠올라 남쪽을 지나 서쪽으로 집니다. 이 움직임을 도면에 기록하려면 방위각과 고도각이 함께 필요합니다. 정남쪽에서 동쪽으로 50도 돌아가 있고 지평선에서 30도 높이에 떠 있다면, 두 각도로 도면 위의 한 점에 태양의 위치를 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직사광선의 경로를 알아야 창의 크기와 위치, 처마의 길이를 정할 수 있습니다. 구름이 끼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사방으로 흩어진 산란광이 많아지지만, 집의 형태를 계획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은 태양에서 곧바로 오는 직사광선이므로 두 각도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설계할 때 태양궤적도가 꼭 필요한 이유
태양궤적도는 하늘에 그려지는 태양의 길을 평면 도표로 펼쳐 보여 주는 지도입니다. 이 도표를 쓰면 1년 중 어느 날 몇 시에 태양이 어디에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주변 건물이나 산, 나무가 햇빛을 가리는지도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구본을 평면 지도로 펼치듯, 천구를 평면에 옮긴 것이 태양궤적도입니다. 도표에는 달마다 태양이 지나가는 곡선과 시각선이 그물처럼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겨울 난방에 중요한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사이의 영역을 솔라 윈도우(Solar Window)라고 합니다. 패시브하우스 설계에서는 이 영역에 이웃집 지붕이나 나무가 걸려 햇빛을 가리지 않는지, 태양궤적도 위에 주변 지형의 윤곽을 그려 넣어 확인합니다. 일반 주택처럼 이런 검토 없이 창을 크게 내면, 겨울에 햇빛이 제대로 들지 않아 춥고 난방비가 많이 드는 집이 되기 쉽습니다. 태양궤적도는 대지의 일사 조건을 미리 확인하게 해 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3. 도면 위에 햇빛과 그림자를 직접 그려 보아야 하는 이유
평면도와 단면도에 햇빛을 직접 그려 보아야, 처마나 차양이 여름 햇빛은 막고 겨울 햇빛은 실내 깊이 들이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햇빛이 지나는 길을 따라가 보아야 차양이 의도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햇빛을 도면에 그릴 때는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태양은 정남쪽에만 있지 않고 대부분 비스듬한 방향에서 비추기 때문에, 건물의 정단면도에 햇빛을 그대로 그리면 실제와 달라집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방향으로 단면을 따로 자르거나 각도를 보정해 계산해야 처마 끝에 생기는 그림자의 실제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또 많은 사람이 해가 가장 높은 하지(6월 21일)와 가장 낮은 동지(12월 21일)만 기준으로 설계하는데, 1년 중 가장 더운 때는 하지 뒤인 7~8월이고, 가장 추운 때도 동지 뒤인 1~2월입니다. 그래서 여름 햇빛을 막는 검토는 7월 말의 태양 고도를, 겨울 햇빛을 들이는 검토는 1월의 태양 고도를 기준으로 해야 사계절 쾌적한 집이 됩니다.
처마 그늘이 드리운 외벽과 목재 툇마루 — 구미 선산 패시브하우스
햇빛을 제대로 이용하는 집은 대지 위의 태양의 길을 읽는 데서 시작합니다. 눈대중이나 경험만으로 처마 길이와 창의 위치를 정해서는 사계절 쾌적한 집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절기별 태양 고도와 방위각, 주변 지형이 만드는 그림자까지 Energy#으로 계산해 설계합니다. 입주자가 계절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햇빛을 계산으로 확인하는 것, 그것이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수도권이나 다른 지방 대지도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에 설계 의뢰가 가능한가요?
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경남 진주에 사무소가 있을 뿐 전국 어디서나 패시브하우스와 중목구조 주택을 설계합니다. 태양궤적도와 그림자 분석은 대지의 위도와 경도를 바탕으로 하므로 대지의 위치와 관계없이 같은 방법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목조건축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각 지역의 기후에 맞는 주택을 설계합니다.
패시브하우스 처마 길이는 보통 몇 cm로 설계하나요?
보통 몇 cm라고 정해 두고 쓰는 값은 없습니다. 처마의 깊이는 창의 높이를 그 계절 정오의 태양 고도에 맞추어 계산합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창 높이가 2.1m인 남쪽 창이라면, 하지 정오에 창 전체를 가리는 데 약 53cm, 8월 중순까지 가리는 데 약 92cm가 필요합니다. 겨울에는 해가 낮아(동지 정오 약 29도) 같은 처마 아래로 햇빛이 실내 깊이 들어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창마다 일영 분석을 거쳐 처마의 깊이를 정합니다.
남향이 아닌 동향이나 서향 대지에서도 패시브하우스 건축이 가능한가요?
네, 정남향이 아닌 대지에서도 태양궤적도 분석으로 일사를 확보하는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방위에 맞춰 창의 크기와 위치, 외부 차양의 각도를 조정하면 동남향이나 서남향 대지에서도 좋은 에너지 효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지의 일사 조건을 미리 분석해 그 대지에 맞는 배치와 창호 계획을 정합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6장 「태양 기하학」의 6.9~6.14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