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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패시브 칼럼 23편] 선룸과 열저장 — 세 가지 패시브 난방 시스템 완전정복

2026.09.16 · 조민구 건축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

[해가패시브 칼럼 23편] 선룸과 열저장 — 세 가지 패시브 난방 시스템 완전정복 — 개념을 그린 도해

오늘은 선룸과 열 저장, 그리고 세 가지 패시브 난방 방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겨울 햇볕이 드는 유리 온실이나 선룸에 앉아 차를 마시는 모습은 많은 분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그…

오늘은 선룸과 열 저장, 그리고 세 가지 패시브 난방 방식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겨울 햇볕이 드는 유리 온실이나 선룸에 앉아 차를 마시는 모습은 많은 분들이 꿈꾸는 전원생활의 한 장면입니다. 그러나 일반 주택에 붙인 선룸은 해가 지면 금방 차가워지고, 여름에는 열기가 갇혀 몹시 더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햇빛의 열을 집 안으로 받아들이고 저장해 밤새 따뜻하게 유지하기가 왜 어려운지 알아보겠습니다.

큰 창으로 깊이 드는 햇빛 — 판교동 패시브하우스 큰 창으로 깊이 드는 햇빛 — 판교동 패시브하우스

1. 햇빛을 받는 유리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지은 선룸이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더운 것은, 선룸을 주거 공간과 열적으로 나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선룸은 주거 공간과 분리된 완충 공간으로 설계하고, 경사 유리 대신 수직 유리창과 환기창을 갖추어야 제 기능을 합니다.

선룸은 단순한 유리 온실이 아니라, 햇빛의 열을 모아 주거 공간에 전하는 자연형 집열 공간입니다. 그러나 유리는 열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밖으로 잃는 것이 더 많은 재료입니다. 선룸을 본채와 구분 없이 하나로 터 두면, 밤에는 선룸의 넓은 유리창으로 본채의 온기까지 빠져나갑니다.

선룸의 낮과 밤 — 교재 그림 7.12b·7.12c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선룸의 낮과 밤 — 교재 그림 7.12b·7.12c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햇빛의 열을 제대로 쓰려면 선룸과 주거 공간 사이에 단열이 좋은 벽과 여닫을 수 있는 창을 두어야 합니다. 낮에 햇빛을 받아 선룸의 공기가 충분히 데워지면 연결 창이나 환기구를 열어 따뜻한 공기를 집 안으로 들입니다. 해가 지고 온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연결 통로를 닫아 선룸을 완충 공간으로 바꿉니다. 햇빛을 더 받으려고 지붕까지 유리로 덮는 경사 유리를 선호하는 분이 많지만, 경사 유리는 여름 과열과 누수의 주된 원인이 됩니다. 여름 과열을 막고 겨울의 낮은 햇빛을 잘 받으려면 선룸의 남쪽 면도 수직 유리창으로 하는 편이 훨씬 유리합니다.

선룸 설계 기준 — 교재 그림 7.14a·7.14b와 표 7.14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선룸 설계 기준 — 교재 그림 7.14a·7.14b와 표 7.14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2. 직접획득, 축열벽, 선룸 — 우리 집에는 어느 방식이 맞을까요?

세 가지 패시브 난방 방식은 들어오는 빛의 양과 열이 전해지는 속도, 공간의 목적에 따라 나뉩니다. 전망과 햇빛이 목적이라면 직접획득, 눈부심 없는 은은한 온기와 밤의 축열이 중요하다면 트롬브 월(축열벽), 다목적 공간과 열적 완충 공간이 필요하다면 선룸이 알맞습니다.

첫 번째인 직접획득(Direct Gain) 방식은 창으로 거실 깊이 햇빛을 들이는 가장 단순하고 경제적인 방식입니다. 낮 동안 실내를 빨리 데우고 채광도 좋아 주택의 거실이나 학교에 잘 맞습니다. 다만 햇빛이 너무 강하면 눈이 부시거나 가구의 색이 바랠 수 있고, 바닥에 열을 충분히 저장하지 못하면 하루 중 온도 차이가 커집니다.

두 번째인 트롬브 월(Trombe Wall, 축열벽) 방식은 창 바로 뒤에 무거운 벽을 세워 햇빛의 열을 흡수한 뒤 밤에 천천히 내보내는 간접획득 방식입니다. 빛이 실내로 직접 들어오지 않아 눈부심이나 그림·가구의 손상을 피해야 하는 미술관, 컴퓨터실, 밤 난방이 중요한 침실에 효과적입니다.

패시브 난방 고르기 — 교재 그림 7.15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패시브 난방 고르기 — 교재 그림 7.15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세 번째인 선룸(Sunspace)은 앞의 두 방식보다 열을 전하는 효율은 낮고 시공비는 더 들지만, 사계절 쓸 수 있는 반외부 공간이 생깁니다. 주거 공간과 바깥 사이에서 집 전체의 열손실을 줄이는 완충 공간 구실도 합니다. 건축주의 생활 방식과 방마다의 용도에 맞게 세 가지를 알맞게 조합하는 것이 패시브 설계의 핵심입니다.

직접획득과 트롬브 월의 조합 — 교재 그림 7.16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직접획득과 트롬브 월의 조합 — 교재 그림 7.16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3. 열을 가장 잘 저장하는 재료는 무엇일까요?

낮에 모은 햇빛의 열을 밤까지 유지하려면 단열만으로는 부족하고, 부피당 열용량이 큰 축열 재료가 필요합니다. 물과 콘크리트·벽돌이 대표적이고, 적은 부피로 많은 잠열을 저장하는 상변화물질(PCM)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태양열 난방의 성패는 햇빛을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보다 모은 열을 얼마나 오래 붙잡아 두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낮에 들어온 열을 저장하는 부분을 축열체(Thermal Mass)라고 하는데, 열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열 배터리와 같습니다. 축열 재료로 가장 성능이 좋은 것은 물입니다. 교재에 따르면 물은 같은 부피의 콘크리트보다 약 3배 많은 열을 저장하고, 안에서 대류가 일어나 열을 빨리 받아들이고 고루 퍼뜨립니다.

축열 재료 비교 — 교재 그림 7.17a·7.17c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축열 재료 비교 — 교재 그림 7.17a·7.17c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그러나 물은 수조나 용기에 담아야 해 공간을 차지하고 누수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주택에서는 골조이자 바닥인 콘크리트, 돌, 벽돌을 주된 축열체로 씁니다. 특히 남향 창가의 콘크리트 바닥은 추가 비용 없이 얻는 좋은 열 배터리입니다. 다만 이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깔면 햇빛의 열이 콘크리트로 들어가지 못하므로, 노출 콘크리트나 타일, 석재로 마감해야 열을 잘 흡수합니다.

열이 재료 속으로 드는 길 — 교재 그림 7.17d와 7.17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열이 재료 속으로 드는 길 — 교재 그림 7.17d와 7.17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목조주택처럼 골조가 가벼워 축열체를 충분히 넣기 어려운 구조라면 상변화물질(PCM, Phase Change Material)을 쓸 수 있습니다. 양초의 파라핀처럼 특정 온도에서 녹고 굳으며 많은 열을 흡수하고 내보내는 물질로, 석고보드나 패널 형태로 벽에 붙여 씁니다. 교재에 따르면 상변화물질은 그 온도 범위에서 같은 부피의 콘크리트보다 약 9배 많은 열을 저장합니다.

눈 덮인 대지 위 큰 유리창의 집 — 청주 호수마을 패시브하우스 설계안 눈 덮인 대지 위 큰 유리창의 집 — 청주 호수마을 패시브하우스 설계안 상변화물질(PCM) — 교재 그림 7.17e와 표 7.17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상변화물질(PCM) — 교재 그림 7.17e와 표 7.17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4. 남향 창만으로도 겨울 난방비를 줄일 수 있을까요?

남향 창은 겨울 낮 동안 빠져나가는 열보다 들어오는 햇빛의 열이 커서 그 자체로 좋은 열원이 됩니다. 정남향에서 20도 이내로 배치하고, 밤에는 창의 열손실을 막고, 여름에는 여닫을 수 있는 차양을 더하면 적은 에너지로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교재에 따르면 겨울에 남향 창은 동쪽이나 서쪽 창보다 약 3배 많은 햇빛을 받고, 여름에는 동서 창의 약 3분의 1만 받습니다. 또 성능 좋은 남향 창은 겨울에 하루 동안 유리로 빠져나가는 열보다 낮에 받아들이는 햇빛의 열이 더 많습니다. 제대로 계획한 남향 창은 난방비를 축내는 구멍이 아니라 열을 공급하는 난방 장치인 셈입니다.

방위별 창의 일사와 득실 — 교재 그림 7.16a·7.20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방위별 창의 일사와 득실 — 교재 그림 7.16a·7.20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이렇게 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건물이 정남향에서 동쪽이나 서쪽으로 20도 넘게 벗어나지 않도록 배치합니다. 둘째, 해가 진 뒤에는 덧창이나 블라인드, 단열 커튼으로 유리창의 열손실을 막습니다. 셋째, 해가 높은 여름에는 처마나 차양으로 햇빛을 막아 실내가 지나치게 더워지지 않게 합니다.

남향 창이 열원이 되는 조건 — 교재 7.16절·7.19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남향 창이 열원이 되는 조건 — 교재 7.16절·7.19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잘 설계한 패시브하우스는 한겨울에 정전으로 난방이 멈추어도 실내 온도가 일정 수준 아래로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바깥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도 낮에 받아들인 햇빛의 열과 단열 덕분에 온기를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발콤 하우스와 회복력 — 교재 그림 7.13b·7.13d와 7.20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발콤 하우스와 회복력 — 교재 그림 7.13b·7.13d와 7.20절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햇빛의 에너지를 집 안에 받아들이고 다루는 일은 좋은 창호를 쓰고 벽을 두껍게 만든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대지의 위도와 태양 고도, 계절별 일사량, 건물의 축열 용량을 숫자로 계산해야 합니다.

직접획득, 축열벽, 선룸 가운데 어느 방식이 맞는지는 대지의 일사와 집의 쓰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방식마다 들어오는 햇빛과 잃는 열을 Energy#으로 계산해 견준 뒤 고르고, 선택의 근거를 숫자로 남기는 일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으로 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기존 주택에 선룸을 추가하면 난방비가 정말 줄어드나요?

본채에 선룸만 덧붙이면 밤사이 유리로 열이 빠져나가 오히려 난방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선룸이 난방에 보탬이 되려면 본채와의 사이에 단열이 좋은 벽과 여닫을 수 있는 창을 두어, 밤에는 열손실을 막는 완충 공간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계획한 선룸은 본채의 열손실을 줄이고 낮 동안의 온기를 보태 줍니다. 다만 줄어드는 정도는 선룸의 방위와 크기, 본채와 잇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에너지 계산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7장 「패시브 솔라(자연형 태양열)」의 7.12~7.20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