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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14 · 조민구 건축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

[해가패시브 칼럼 22편] 직접획득형과 트롬브 월 — 햇빛을 벽과 바닥에 저장하는 법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창가를 통해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면 실내 온도는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런데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에 사는데도 낮에는 찜질방처럼 덥고, 해가 떨어지자마자 금세 썰렁해지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온종일 들어온 그 많은 태양열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자연의 열을 집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그 열을 보관하는 '저장 용량'입니다. 태양 에너지를 유연하게 다루는 대표적인 기술인 직접획득형 시스템과 트롬브 월의 원리를 살펴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햇빛을 직접 집 안으로 들여오는 '직접획득형'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직접획득형 시스템은 남향 창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열을 실내 바닥과 벽체에 직접 흡수시켜 공간을 데우는 가장 직관적인 자연형 태양열 방식입니다. 창을 통과한 짧은 파장의 태양 에너지는 실내 표면에 부딪혀 긴 파장의 열에너지로 바뀌며, 한번 들어온 열은 유리를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실내 축열체에 저장됩니다. 이렇게 저장된 열은 밤이 되면 온기가 필요한 실내로 천천히 방출되어 하루 종일 쾌적한 온도를 유지해 줍니다.

이는 마치 온실 효과와 보온병의 원리가 결합한 것과 같습니다. 유리는 태양 빛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일방통행 밸브 역할을 하고, 실내의 딱딱하고 무거운 재료들은 열을 담아두는 그릇 역할을 합니다.

만약 실내에 열을 머금어줄 축열재가 부족한 일반적인 목조나 경량 구조의 주택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낮 동안 들어온 과도한 일사량 때문에 낮 1~2시에는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어서며 여름처럼 무더워지고, 해가 지면 열을 잡아둘 매개체가 없어 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반면, 폴리싱 처리된 콘크리트 슬래브 바닥이나 벽돌 벽체처럼 열용량이 큰 재료가 적절히 배치된 집은 다릅니다. 낮 동안의 과도한 열을 바닥이 스펀지처럼 흡수하여 실내 과열을 막아주고, 밤에는 둔탁하고 은은하게 열을 뿜어내어 냉난방 기계 없이도 실내 온도를 평온한 범주 안에서 유지하게 됩니다.

2. 직접획득형 설계를 할 때 축열체의 두께와 면적은 왜 중요할까요?

축열체의 두께와 면적이 남향 창문 크기와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실내 온도가 극단적으로 출렁이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태양열이 고체 물질 내부로 침투해 유효하게 저장되는 깊이는 한계가 있으므로, 무작정 벽을 두껍게 만드는 것보다 창면적에 맞춘 적절한 표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열 저장의 핵심입니다.

콘크리트나 벽돌 같은 암석류 재료에 열이 침투할 때, 하루 단위의 태양 주기 동안 실제로 열을 담아둘 수 있는 유효 깊이는 약 10cm에서 15cm 정도입니다. 열이 재료 내부 깊숙이 전달되기도 전에 해가 지고 외부 온도가 내려가기 때문에, 15cm보다 두꺼운 부위는 야간 방열에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깊이보다는 햇빛에 노출되는 '표면적'을 넓히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직접 햇빛을 받는 바닥 슬래브나 벽체는 남향 창면적의 최소 3배 이상 확보되어야 안정적인 축열이 가능합니다.

이때 축열체의 색상 선택도 정교해야 합니다. 햇빛이 직접 닿는 바닥은 열을 잘 흡수하도록 중간 이상으로 어두운 톤을 적용하고,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주변 벽면은 밝은색으로 마감하여 반사된 빛이 어두운 바닥 축열체로 모이도록 설계하는 것이 열역학적으로 가장 이상적입니다.

3. 햇빛을 직접 받지 않고 열만 저장하는 '트롬브 월'은 무엇일까요?

트롬브 월은 남향 유리창 바로 뒤편에 25cm~40cm 두께의 어두운 콘크리트나 벽돌 벽을 세워, 햇빛을 실내로 직접 들여보내지 않고 벽체에 먼저 열을 저장하는 간접획득형 시스템입니다. 낮 동안 외벽 면이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하면 열이 벽을 타고 실내 쪽으로 아주 천천히 이동하며, 이 시차를 이용해 한밤중에 실내를 데우는 온돌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햇빛이 실내 깊숙이 들어오는 직접획득형은 따뜻함과 밝음을 선사하지만, 때로는 과도한 눈부심을 유발하거나 실내 가구의 색을 바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열은 필요하지만 실내로 강한 빛이 들어오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가장 완벽한 대안이 바로 트롬브 월입니다.

프랑스의 펠릭스 트롬브 교수가 발명한 이 시스템의 비밀은 바로 '시간차(Time Lag)'에 있습니다. 유리창을 통과한 열이 10인치 이상 두꺼운 마감 벽체를 통과해 반대편 실내 표면에 도달하는 데는 약 8시간에서 12시간이 걸립니다. 즉, 가장 뜨거운 한낮의 태양열이 두꺼운 벽을 서서히 달구어, 실외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한밤중이나 새벽녘에 비로소 실내 측 벽면에서 따스한 복사열로 흘러나오게 되는 구조입니다.

실제 건축 설계에서는 거실처럼 낮 동안 채광과 시야 확보가 필요한 공간에는 직접획득형 창을 두고, 침실처럼 밤에 따뜻해야 하고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공간의 하부에는 트롬브 월을 조합하는 방식이 자주 활용됩니다.

4. 여름철 과열과 겨울철 야간 열손실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겨울철 밤에는 유리를 통한 열손실을 막기 위해 창호 내 외부에 단열 블라인드나 복사 장막을 설치해야 하며, 여름철에는 태양열이 축열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외부 차양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해야 합니다. 자연형 태양열 기술은 열을 모으는 기능만큼이나, 원하지 않는 계절과 시간에 열을 단돌하고 차단하는 제어 기술이 함께 동반되어야 완성됩니다.

아무리 축열체에 열을 잘 저장해 두었더라도, 겨울철 한밤중의 단열 성능이 떨어지는 유리창은 열을 밖으로 빼앗아가는 거대한 통로가 됩니다. 따라서 밤시간에는 유리를 덮어주는 야간 단열 장치를 활용하여 실내로 방출되어야 할 열이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것을 막아주어야 합니다.

반대로 태양 고도가 높은 여름철에는 이 축열 시스템이 자칫 실내를 불쾌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남향 외벽과 트롬브 월 전면에 적절한 길이의 처마나 캔틸레버, 혹은 외부 차양 스크린을 설치하지 않으면, 여름의 강렬한 열기가 벽체에 쌓여 밤마다 실내를 열대야로 만들게 됩니다.

계절에 따른 태양 각도를 정밀하게 계산하여 여름에는 빛을 100% 튕겨내고 겨울의 낮은 햇살만 축열 깊숙이 들여보내는 입체적인 차양 계획이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자연형 태양열 방식은 단순히 남쪽에 큰 창을 내고 벽돌을 쌓는다고 해서 저절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창의 면적, 축열체의 두께와 부피, 재료의 열용량, 그리고 계절별 일영 분석이 오차 없이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져야 비로소 사계절 내내 쾌적한 집이 탄생합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직관이나 상식에만 의존해 창을 내지 않습니다. 정교한 Energy#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동절기 일사 획득량과 하절기 차양 효율, 축열체의 정밀한 열 이동 시차까지 숫자로 검증하고 설계합니다. 이것이 바로 해가패시브가 집을 지을 때 지키는 원칙이며,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목조주택이나 중목구조도 햇빛 축열을 위한 패시브하우스 설계가 가능한가요?

목조주택이나 중목구조는 콘크리트 건물에 비해 자체 축열량이 적지만, 바닥 슬래브나 특정 내벽에 축열 재료를 보강하여 자연형 태양열 성능을 충분히 높일 수 있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목조건축 및 중목구조 설계 전문성을 바탕으로 목재 구조의 장점과 축열 시스템을 유연하게 결합합니다. 보통 바닥 방통 두께를 조정하거나 내부 벽돌 축열벽을 정교하게 배치하여 겨울철 온기를 길게 유지하도록 설계합니다.

지방이나 시골 지역 단독주택도 패시브하우스 설계를 의뢰할 수 있나요?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사무소가 위치한 경남 진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국 어디서나 패시브하우스 설계를 진행합니다. 주택이 들어설 지역의 기후 데이터와 동경·위도에 따른 일조량을 정밀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므로 지역에 관계없이 최적의 열 성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전국 어느 대지든 현장 조건에 맞춘 햇빛 획득 및 차양 설계를 바탕으로 정교한 도면을 제공합니다.

패시브하우스 외부 차양이나 축열 벽체 설치 시 추가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외부 차양이나 축열 벽체 시공에 들어가는 비용은 전체 건축비의 보통 2~4% 수준입니다. 전동 외부 차양 스크린이나 블라인드는 창 크기에 따라 개당 대체로 150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가 소요되며, 트롬브 월은 기존 외벽 공사비에서 재료비가 일부 추가됩니다. 초기 시공비가 일부 발생하지만 냉난방 에너지를 매년 절감하여 보통 5년에서 8년 이내에 추가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현장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