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22편] 직접획득형과 트롬브 월 — 햇빛을 벽과 바닥에 저장하는 법
오늘은 햇빛의 열을 벽과 바닥에 저장하는 두 가지 방법, 직접획득형과 트롬브 월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겨울에도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면 실내 온도는 빠르게 오릅니다. 그런데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인…
오늘은 햇빛의 열을 벽과 바닥에 저장하는 두 가지 방법, 직접획득형과 트롬브 월을 알아보겠습니다. 한겨울에도 창으로 햇빛이 쏟아지면 실내 온도는 빠르게 오릅니다. 그런데 햇빛이 잘 드는 남향집인데도 낮에는 지나치게 덥고, 해가 지면 금방 썰렁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낮 동안 들어온 많은 열은 어디로 갔을까요?
박공 천장 아래 깊이 드는 햇살 — 판교동 패시브하우스
햇빛의 열을 받아들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그 열을 담아 두는 저장 용량입니다. 대표적인 방법인 직접획득형과 트롬브 월의 원리를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1. 햇빛을 곧바로 실내에 들이는 직접획득형
직접획득형은 남향 창으로 들어온 햇빛을 실내 바닥과 벽이 곧바로 흡수해 공간을 데우는 가장 단순한 자연형 태양열 방식입니다. 창을 통과한 파장이 짧은 햇빛은 실내 표면에 닿아 파장이 긴 열로 바뀌고, 이 열은 유리를 쉽게 빠져나가지 못해 실내의 축열체에 저장됩니다. 저장된 열은 밤에 실내로 천천히 나와 하루 종일 실내 온도를 고르게 유지해 줍니다.
온실효과에 보온병의 원리를 더한 것과 같습니다. 유리는 햇빛을 받아들이는 한쪽 방향의 문 구실을 하고, 실내의 무거운 재료는 열을 담는 그릇 구실을 합니다.
온실효과와 축열 — 교재 그림 7.6a·7.6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실내에 열을 머금을 축열체가 부족한 가벼운 구조의 주택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낮에 들어온 햇빛 때문에 한낮의 실내가 지나치게 더워지고, 해가 지면 열을 붙잡아 둘 곳이 없어 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반면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돌 벽처럼 열용량이 큰 재료를 알맞게 배치한 집은 다릅니다. 낮 동안 남는 열을 바닥이 흡수해 실내가 지나치게 더워지는 것을 막고, 밤에는 그 열을 천천히 내보내 설비 없이도 실내 온도를 고르게 유지합니다.
축열체가 적은 집과 많은 집 — 교재 그림 7.6c·7.6d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2. 축열체의 두께와 면적은 왜 중요할까요?
축열체의 두께와 면적이 남향 창의 크기와 맞지 않으면 실내 온도가 크게 오르내립니다. 하루 주기 안에서 열이 재료 속으로 스며들어 저장되는 깊이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벽을 무작정 두껍게 만들기보다 창 면적에 맞는 표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콘크리트나 벽돌 같은 재료에서 하루 동안 열을 담아 둘 수 있는 유효 깊이는 약 10~15 cm입니다. 열이 그보다 깊이 전해지기 전에 해가 지고 기온이 내려가기 때문에, 그보다 두꺼운 부분은 밤에 열을 내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루에 열이 스미는 깊이 — 교재 7.7절과 그림 7.7a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그래서 두께보다 햇빛을 받는 표면적을 넓히는 것이 유리합니다. 일반적으로 햇빛을 직접 받는 바닥이나 벽의 면적이 남향 창 면적의 3배 이상은 되어야 열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축열체 면적 정하기 — 교재 표 7.7b와 예제 7.8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축열체의 색도 중요합니다. 햇빛이 직접 닿는 바닥은 열을 잘 흡수하도록 중간 이상으로 어두운색으로 하고, 햇빛이 직접 닿지 않는 주변 벽은 밝은색으로 마감해 반사된 빛이 바닥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축열체의 색 — 교재 그림 7.7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3. 햇빛을 들이지 않고 열만 저장하는 트롬브 월
트롬브 월은 남향 유리 바로 뒤에 두께 25~40 cm의 어두운 콘크리트나 벽돌 벽을 세워, 햇빛을 실내로 들이지 않고 벽에 먼저 열을 저장하는 간접획득 방식입니다. 낮 동안 벽의 바깥 면이 햇빛의 열을 흡수하면 그 열이 벽을 지나 실내 쪽으로 아주 천천히 이동하고, 그 시간차로 밤에 실내를 데웁니다.
트롬브 월의 원리와 시간 지연 — 교재 그림 7.9a·7.9b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햇빛이 실내 깊이 들어오는 직접획득형은 따뜻하고 밝지만, 눈이 부시거나 가구의 색이 바래기도 합니다. 열은 필요하지만 강한 빛이 실내로 들어오는 것은 원하지 않을 때 알맞은 방법이 트롬브 월입니다.
프랑스의 펠릭스 트롬브가 고안한 이 방식의 핵심은 시간 지연(Time Lag)입니다. 벽 바깥 면이 받은 열이 두꺼운 벽을 지나 실내 표면에 이르기까지 몇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한낮에 벽을 데운 열이, 기온이 떨어지는 저녁과 밤에 실내 쪽 벽면에서 복사열로 나옵니다. 벽이 얇으면 열이 더 일찍 실내에 닿으므로, 열이 필요한 시간에 맞춰 벽 두께를 정합니다.
붉은 파벽돌 외벽 — 고성 '하우건'
트롬브 월의 두께 — 교재 표 7.10과 그림 7.9f·7.9h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실제 설계에서는 낮에 채광과 전망이 필요한 거실에는 직접획득형 창을 두고, 밤에 따뜻해야 하고 사생활이 중요한 침실에는 트롬브 월을 함께 쓰는 방식을 많이 씁니다.
한 벽에 직접획득과 트롬브 월 — 교재 그림 7.9c·7.9d와 예제 7.11을 바탕으로 다시 그림
4. 여름 과열과 겨울밤의 열손실은 어떻게 막을까요?
겨울밤에는 유리를 통한 열손실을 막기 위해 창에 단열 블라인드나 덧창을 쓰고, 여름에는 햇빛이 축열체에 닿지 않도록 외부 차양으로 막아야 합니다. 자연형 태양열 방식은 열을 모으는 것만큼, 원하지 않는 계절과 시간에 열을 막는 방법이 함께 있어야 완성됩니다.
축열체에 열을 잘 저장해 두어도, 단열 성능이 낮은 유리창은 겨울밤에 열을 밖으로 빼앗는 통로가 됩니다. 그래서 밤에는 유리를 덮는 단열 장치로 열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해야 합니다.
남향 유리 면적과 야간 단열 — 교재 표 7.7a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반대로 해가 높은 여름에는 이 축열 방식이 실내를 덥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남향 외벽과 트롬브 월 앞에 알맞은 길이의 처마나 외부 차양을 두지 않으면, 여름의 열기가 벽에 쌓여 밤마다 실내를 덥게 합니다.
트롬브 월의 여름과 겨울밤 — 교재 그림 7.9i를 바탕으로 다시 그림
계절별 태양 각도를 계산해 여름 햇빛은 막고 겨울의 낮은 햇빛만 축열체까지 들이는 차양 계획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자연형 태양열 방식은 남쪽에 큰 창을 내고 벽돌을 쌓는다고 저절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창의 면적, 축열체의 두께와 부피, 재료의 열용량, 계절별 그림자 분석이 함께 맞아야 사계절 쾌적한 집이 됩니다.
남쪽 창의 크기와 축열체의 두께는 겨울 일사 획득과 여름 과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정해집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Energy#으로 일사 획득과 차양 효과, 축열체의 열 이동을 계산해 그 균형을 정하며, 이 계산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의 원칙으로 지킵니다.
자주 묻는 질문
목조주택이나 중목구조도 햇빛 축열을 위한 패시브하우스 설계가 가능한가요?
목조주택이나 중목구조는 콘크리트 건물보다 구조 자체의 축열량이 적지만, 바닥이나 일부 내벽에 축열 재료를 더해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목조건축과 중목구조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목조 구조에 축열 계획을 더합니다. 보통 바닥 방통(시멘트 모르타르층)의 두께를 조정하거나 내부에 벽돌 축열벽을 두어 겨울 온기를 오래 유지하도록 설계합니다.
패시브하우스 외부 차양이나 축열 벽체 설치 시 추가 비용은 얼마나 드나요?
금액을 하나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외부 전동 블라인드는 창의 크기와 슬랫의 종류, 모터와 센서의 사양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공개된 표준 단가가 없어 견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견적을 받을 때는 전기 배선 공사가 들어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블라인드 공사와 전기 공사를 따로 하는 경우가 보통이기 때문입니다. 축열 벽체는 외벽의 구성을 바꾸는 일이라 설계 단계에서 구조와 함께 검토해 비용을 산출합니다. 두 가지 모두 설계 초기에 반영해야 합니다. 다 지은 뒤에 덧붙이면 단열층과 기밀층을 다시 시공해야 합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7장 「패시브 솔라(자연형 태양열)」의 7.6~7.11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