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패시브 칼럼 21편] 공짜 난방의 재발견 — 패시브 솔라의 역사와 기본 원리
오늘은 햇빛으로 집을 데우는 패시브 솔라의 역사와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추운 날에도 햇빛이 드는 창가에 서면 난방을 켜지 않아도 몸이 따뜻해집니다. 창을 통과한 햇빛이 실내 바닥과 벽에 닿아 …
오늘은 햇빛으로 집을 데우는 패시브 솔라의 역사와 원리를 알아보겠습니다. 추운 날에도 햇빛이 드는 창가에 서면 난방을 켜지 않아도 몸이 따뜻해집니다. 창을 통과한 햇빛이 실내 바닥과 벽에 닿아 열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날마다 얻는 이 열을 이용하는 방식을 패시브 솔라(Passive Solar, 자연형 태양열)라고 합니다. 기계와 보일러에 기대기 훨씬 전부터, 사람들은 집에 햇빛을 들이고 그 열을 붙잡아 두는 방법을 고민해 왔습니다.
코너 창으로 비스듬히 드는 겨울 햇살 — 판교동 패시브하우스
1. 햇빛의 열을 집에 담으려는 노력은 언제부터였을까요?
햇빛의 열을 건축에 이용한 역사는 고대 로마와 북미 원주민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유리를 쓰면서 온실효과로 열을 가두기 시작했고, 남향 배치와 두꺼운 벽으로 겨울 열을 저장하는 방법은 오랫동안 검증되어 온 자연형 설계의 핵심입니다. 햇빛을 읽는 지혜는 새로운 첨단 기술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건축의 기본입니다.
약 2,000년 전 로마 사람들은 건물에 유리창을 쓰기 시작하면서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빛은 들어오지만 실내의 열은 쉽게 나가지 못하는 온실효과를 알게 된 것입니다. 로마 사람들은 이를 이용해 저택에 햇빛으로 데우는 목욕탕을 만들고, 겨울에도 햇볕으로 따뜻한 일광욕실을 두었습니다.
북미 원주민들도 기후를 잘 이해하고 집을 지었습니다. 뉴멕시코의 푸에블로 보니토는 반원 모양으로 배치해 모든 세대가 남쪽 햇빛을 가림 없이 받도록 높낮이를 두었습니다. 계단식으로 쌓은 두꺼운 돌과 흙벽은 낮 동안 햇빛의 열을 흡수했다가,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밤에 실내로 천천히 내보냈습니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전통 주택인 솔트박스 주택도 남쪽에는 큰 창을 두어 햇빛을 받고, 북쪽 지붕은 길게 내려 차가운 북풍을 피했습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940년대에 설계한 제이콥스 II 주택은 패시브 솔라를 잘 보여 주는 예입니다. 건물 전체를 반원형 곡면으로 만들어 남쪽의 넓은 유리창으로 겨울 햇빛을 들이고, 북쪽은 흙으로 둔덕을 쌓아 찬 바람을 막았습니다. 실내의 두꺼운 돌벽과 콘크리트 바닥은 낮 동안 열을 저장했습니다. 자연의 법칙을 집의 구조 안에 담은 것입니다.
2. 기계식 태양열 설비와 패시브 솔라는 무엇이 다를까요?
펌프와 모터를 쓰는 기계식 태양열 설비와 달리, 패시브 솔라는 창과 벽, 바닥처럼 집 자체를 이용해 열을 받아들이고 저장합니다. 따로 운전 비용이 들지 않고 고장 날 것이 거의 없으며, 겨울에 정전이 되어도 실내 온도를 일정 시간 유지할 수 있는 믿을 만한 방식입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이후 사람들은 지붕에 집열판과 순환 펌프, 제어 장치를 달아 태양열을 모으는 기계식 방식에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자 펌프가 고장 나고 배관이 부식되는 등 유지보수 비용이 많이 드는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반면 창과 벽, 바닥을 이용하는 패시브 솔라에는 고장 날 움직이는 부품이 없습니다.
패시브 솔라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남쪽을 향한 창이 열을 모으는 집열판 구실을 하고, 실내의 콘크리트 바닥이나 벽돌 벽이 열을 머금는 축열체 구실을 합니다. 햇볕에 데워진 돌이 밤늦게까지 따뜻한 것과 같습니다.
이 방식의 큰 장점은 비상 상황에 견디는 회복력입니다. 한파에 전기가 끊기거나 가스 공급이 멈추어도, 패시브 솔라 원리로 잘 지은 집은 실내 온도가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지지 않습니다. 또 기계 소음이 없고 실내 전체에 햇빛이 고르게 들어 생활이 편안해집니다.
3. 패시브 솔라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세 단계
패시브 솔라가 제 몫을 하려면 먼저 빠져나가는 열을 막는 단열과 기밀을 갖추고, 그다음 햇빛의 열을 받아들이고 저장하도록 배치를 설계하고, 마지막으로 모자라는 열만 작은 난방 설비로 채우는 순서를 지켜야 합니다. 햇빛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단열이 부족하면 들어온 열은 금방 빠져나갑니다.
햇빛의 열을 얻는다고 남쪽 창만 크게 내면 집이 따뜻해지지 않습니다. 단열이 부족한 일반 주택에서 남향 창을 크게 내면, 낮에는 잠깐 따뜻했다가 해가 없는 밤에는 그 큰 창으로 실내의 열이 빠져나가 버립니다. 결국 밤에는 웃풍과 냉기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래서 패시브하우스 설계에서는 세 단계 접근법을 지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열을 지키는 것입니다. 고성능 단열재로 외피를 감싸고, 틈새바람을 막는 기밀 시공을 하고, 고성능 3중 유리 창호를 씁니다.
두 번째 단계가 햇빛의 활용입니다. 열이 새어 나가지 않는 외피를 갖춘 상태에서, 계절별 태양 고도를 계산해 창의 크기와 처마의 깊이를 정합니다. 겨울에는 깊이 들어오는 햇빛을 바닥과 벽에 저장하고, 여름에는 높이 뜬 해를 처마가 가리게 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단계가 최소한의 설비입니다. 앞의 두 단계를 잘 갖추면 난방에 필요한 열의 상당 부분을 햇빛이 맡습니다. 교재는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패시브 솔라 건물이 필요한 난방의 60~80%를 맡을 수 있다고 봅니다. 모자라는 적은 양만 작은 난방 설비로 채우면 됩니다.
남쪽에 창을 크게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 햇빛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그 열을 밤까지 얼마나 유지할지, 여름 과열은 어떻게 막을지는 감이나 경험으로 맞출 수 없습니다. 창의 크기나 처마의 길이가 조금만 달라져도 실내의 열 균형은 크게 달라집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태양 궤적 분석과 에너지 계산 프로그램 Energy#으로 대지에 드는 일사량을 숫자로 계산합니다. 열의 흐름을 미리 계산해 도면을 확인하고, 그대로 시공되도록 현장을 관리합니다.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생활의 쾌적함으로 바꾸는 일, 그것이 '데이터로 증명하는 건축가의 책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패시브 솔라를 적용하면 여름에 너무 덥지 않나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설계합니다. 겨울 햇빛을 받는 것과 여름 햇빛을 막는 것을 함께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여름에는 해가 높이 떠서 남쪽 창은 처마로 가려지고, 해가 낮게 들어오는 동쪽과 서쪽 창에는 외부 차양을 답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에너지 계산으로 여름철 실내 온도를 미리 확인합니다.
중목구조 목조주택에도 패시브 솔라 원리를 적용할 수 있나요?
네, 적용할 수 있습니다. 중목구조는 기밀과 단열을 확보하기 좋아 패시브하우스에 잘 맞는 구조입니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중목구조와 목조건축 설계 경험을 바탕으로 목조 주택에 기밀·단열 설계를 더해 왔습니다. 여기에 남향 창으로 햇빛을 받고 바닥이나 내벽에 축열체를 두면 난방비 부담을 크게 줄인 주택을 지을 수 있습니다.
타 지역이나 지방 외곽 부지에도 패시브하우스 설계가 가능한가요?
네,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는 전국 어디서나 패시브하우스를 설계합니다. 사무소는 경남 진주에 있지만, 대지의 조건과 그 지역의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설계하므로 지역에 구애받지 않습니다. 어느 지역의 대지든 현장 조건과 태양 궤적을 분석해 그 대지에 맞는 설계를 합니다.
이 글이 만들어진 과정
이 연재는 Norbert Lechner의 『Heating, Cooling, Lighting』을 교재로 삼습니다. 책의 챕터 순서에 따라 다룰 주제를 나누고, 각 주제를 패시브하우스의 설계·시공과 연결해 글의 얼개를 구성합니다. 그 얼개를 바탕으로 한 초벌 원고 작성에는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으며, 최종 원고는 필자가 내용을 검토하고 실무 경험을 더해 다듬은 것입니다. 이번 글은 책의 7장 「패시브 솔라(자연형 태양열)」의 7.1~7.5절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조민구 · 해가패시브건축사사무소